아침 일찍 파리에 도착하였지만, 열 두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에 짐을 풀 수가 있었다.
도착 전, 파리에서 묵을 민박집을 하나 보아 두었건만 하필 그 집이 이전을 해버렸다.
인터넷에 다시 접속해 변경된 주소를 확인해야 했지만
아직 파리가 낯설어 좀처럼 인터넷 카페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전에 묵었던 런던의 민박집 주인에게 국제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여 변경된 주소를 겨우 찾아내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그렇게 힘들게 찾아간 한인 민박집을 아메바가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에펠탑 근처의 아파트를 얻어 민박집으로 사용하는 곳인데,
젊은 주인 커플도 친절한데다 시설까지 쾌적하고 깨끗하여 아메바의 마음에 쏙 들은 모양이었다.
비록 도미토리이긴 했지만 숙소가 마음에 들어 오늘 하루는 숙소에서 그냥 쉬기로 하였다.
밤차의 여독도 제대로 안 풀린 상태라 시내 구경을 나서도 그리 즐거울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처럼 편안한 곳에서 쉬는 것이 아주 좋다.
낮잠도 한숨 자고, 저녁 무렵까지 숙소에서 그저 빈둥 빈둥이다.
큰일이다. 갈수록 빈둥거리는 것이 더 좋아진다.
숙소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서야 주변 산책에 나섰다.
민박집의 위치가 도심에서 가까워 다리 하나만 건너니 금방 샹제리제 거리에 다다른다.
한쪽 끝으로 콩코드 광장의 오벨리스크가 보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나폴레옹의 개선문이 보인다.
벌써 거리는 상당히 어두워지고 개선문에는 조명이 비쳐지기 시작했다.
샹제리제 거리를 따라 노변 카페와 레스토랑은 테이블마다 촛불을 켜놓은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가난한(?) 배낭 여행객이 그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클 듯 하다.
좋은 분위기를 눈으로만 감상하고 발길을 돌린다.
돌아오는 길, 완전히 어두워진 세느강에는 불을 가득 밝힌 유람선이 여기 저기 떠 다니고 그 뒤편으로는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이 보인다.
탑에는 수많은 전등이 달려 있어 저녁 무렵의 에펠탑을 멋지게 밝혀준다.
파리 도착 첫날, 하루 종일 숙소에 머물다 저녁 무렵 잠깐 돌아본 파리의 모습이 꽤나 멋지다.
그저 군데군데 불만 켜 놓은 것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멋진 모습을 연출해낸다.
평소, 조명으로 잔뜩 치장한 야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불빛과 어우러진 파리의 모습이 멋지다는 사실엔 이견을 달 수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