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 2003년 4월24일 도착 : 2003년 11월 27일 (총 218일)
::: Where are we? ::: 아시아 대한민국 부산
::: Now :::
- 1월 18일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사장을 하고 싶다던 우리 반쪽, 드디어 회사를 하나 차렸네요.^^덕분에 저도 다시 일을 시작했구요. 여행에서 돌아온지 벌써 4년 2개월.그때 쌓은 마일리지로 올봄엔 베트남을 다녀올까 한답니다.... - 이쁜 아메바 ming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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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적는 동안 여러 사람이 왜 나의 아내를 아메바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였다. 특히 이전부터 아메바를 알고 있던 주변 사람들은 더더욱 이유가 짐작이 안가는 모양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같이 살고있는 나도 함께 여행을 해보기 전까지는 ‘아메바’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였으니 말이다. 평소의 아메바는 꽤나 영악(?)한 편이어서 ‘아메바’라는 별명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실제 생활에서는 이것 저것 따지는 것을 보면 ‘아메바’보다는 ‘여우’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일단 여행에 나서면 ‘여우’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완벽한 ‘아메바’로 변한다. 간혹, 나를 효과적(?)으로 부려먹기 위해 일부러 그런 모습을 가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아메바’가 틀림없다. ‘아메바’라는 말은 워낙은 영악한(?) 나의 아내를 지칭하는 말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결혼 전, 친한 친구와 일본 여행을 할 때였다. (또한 그 친구의 별명이기도 하다.) 7년 전, 같은 회사를 다니던 친구와 나는 여름 휴가를 맞아 일본 여행을 계획하였다. 그것도 난생 처음 팩키지 여행을…… 젊은 나이에 어울리진 않았지만 격무(?)에 시달리던 우리는 여행 중에 더 이상 머리를 쓰고 싶지 않았기에 4박5일 일정의 큐슈 여행을 여행사를 통해서 하게 되었다. 그 당시 우리 휴가의 모토는 ‘아무 생각 없이… 아메바와 같이…’ 였다. 앞장선 가이드를 따라 다니며 주는 대로 먹고, 시키는 대로 하고…… 마치 아메바와 같이… 그 여름, 우리는 여행 내내 우리의 판단 능력을 가이드에게 반납한 채 아메바 행세를 하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늦은 가을, 나는 결혼을 하였고 이듬해에는 결혼 후 처음 맞는 여름 휴가에 나의 배우자와 함께 이전과 똑같은 코스를 일주일 여정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6박7일간의 일본여행, 한번 갔던 곳이기도 하거니와 우리 둘의 취향도 비슷하여 이번에는 배낭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나의 아내는 결혼 전에 약속하였던 여행을 실제로 실행하게 되어, 그리고 처음으로 배낭 여행을 하는 것에 한껏 기분이 좋아 떠난 여행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배낭 여행인 탓에 총각 시절의 팩키지 여행처럼 아메바의 모습으로 여행을 할 순 없었고 스스로 일정과 차편 등을 날마다 챙겨가며 바쁘게 여행을 해야만 하였다. 그 해 여름(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일본을 여행하는 6박 7일간 나는 한 마리의 완벽한 아메바를 보게 되었다. 그것도 하루 24 시간, 바로 옆에서…… 아메바의 특징 - 아래의 특징은 주로 여행 시에 나타난다. 평소 생활에서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특성으로 직접 같이 여행을 해보기 전에는 알아내기가 힘들다. 1.아무 생각 없다. - 외관상으로는 잘 구분이 안되나 결정적인 순간에 판단력을 상실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심각성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자주 벌어지는 여행 시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도 한다. 2.시야가 좁다. - 바로 앞만 본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거나 목적지를 찾아내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지도를 보고 설명을 해주어도 어지간해선 알아듣지 못한다. 대신 특이한 것을 보았을 때에는 집중력이 뛰어나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끊임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나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다. 3.잘 먹는다. - 여행 시에는 식성이 건강 상태와 직결되므로 큰 장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럴 경우 급격한 컨디션 저하 현상을 보인다. 따라서 모든 일에 우선하여 배고픔을 해결하여야만 한다. 간혹, 먹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도 먹지 못하면 난폭(?)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여야 한다. 4.잘 싼다. - 식성과 마찬가지로 건강의 증거이므로 여행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문제의 해결이 안되었을 경우에는 급격한 컨디션 저하 현상을 보인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점점 모습이 초췌해지며 가끔 정체불명의 신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5.잘 잊어버린다. - 평소 기억력이 비상해 가끔씩 나를 곤란스럽게 하던 것과는 달리 여행 중에는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불과 하루 이틀 전에 이야기한 것을 기억을 하지 못한다.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더욱 잘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으며 기억력의 저하와 비례해 우기는 경향이 더욱 강해진다. 단둘이 여행을 하는 경우에는 우기면 확인할 방법이 없어 의견 대립 시 상대방이 가끔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6.잘 웃는다. - 힘든 여행 시에 잘 웃는 것은 상당히 좋은 특성이다. 어지간히 힘들어도 먹을 것만 잘 주면 힘든 줄 모르고 잘 웃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된다. 하지만 자신이 문제를 야기시킨 경우에도 계속 웃기만 하므로 가끔 상대로 하여금 호흡 곤란 증세를 유발시킨다. 둘이서 하는 배낭 여행,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역할 분담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한 사람이 여행 책자를 보면서 일정을 챙기면, 나머지 한 사람은 지도를 보면 길을 챙겨야 한다. 하지만 시야가 좁은 아메바는 지도를 들려주며 길을 보라고 하여도 소용이 없었다. 처음부터 아메바라 부른 것은 아니었다. 여행이 시작되고 첫날과 둘째 날은 지도를 들려주며 길을 찾아보라고 하기도 하고 여행 책자를 보고 우리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라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다. 그 해 여름의 배낭 여행 중 나의 가장 큰 실수는 아메바를 상대로 화를 냈던 것이었다. 이틀째인지 삼일째인 정확하진 않지만 수 차례 가이드북에서 이동 경로 확인을 해보라고 이야기 하던 나는 마침내 화를 내고 말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지도를 못 보냐’ ‘지도를 못 보면 대신 가이드북이라도 잘 보아야 할 것 아니냐’ ‘배고픈 것은 왜 그리 못 참느냐’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결정적인 실언을 하게 되었다. ‘니가 무슨 아메바냐?’ 일순간, 풀 죽어있던 아메바의 눈이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며 내뱉은 말, ‘그래. 나 아메바야.’ ‘원래 지도를 잘 못 보는데 어쩌겠어. 아메바라서 그런 걸…… 아!! 배고프다.’ 잠시 풀이 죽어있던 아메바는 그 말을 하고는 다시 밝은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순간적인 현기증으로 한참을 말없이 서있어야만 하였다. 그 뒤, 나머지 일본 여행을 하면서 나는 내 말에 책임이라도 지듯 한 마리 완벽한 아메바를 데리고 다녀야 했다. 길을 확인하라거나, 다음 일정을 챙겨보라는 요구는 할 엄두도 못 내고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픈 아메바의 먹거리를 해결하느라 전전긍긍해야만 하였다. 가끔씩, 나의 불만이 쌓이고 참기 힘들어져 이야기를 하려하면 어김없이 똑 같은 반응이 돌아왔다. ‘난 아메바야. 아메바가 어떻게 지도를 보고 일정을 챙기고 하겠어. 배고파 ~ ~.’ 불만으로 잔뜩 달아있던 나는 순간, 할말을 잃고 멍해지며 호흡 곤란 증세를 느끼곤 했다. 나는 처음부터 알고있었던 것 같다. 그런 호흡 곤란 증세가 내 평생의 지병(?)이 되리라는 것을…… 그 해 여름, 일주일의 일본(큐슈) 여행을 마치고 아메바는 즐겁고 소중한 추억을, 나는 평생을 괴롭힐 지병(?)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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