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 2003년 4월24일 도착 : 2003년 11월 27일 (총 218일)
::: Where are we? ::: 아시아 대한민국 부산
::: Now :::
- 1월 18일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사장을 하고 싶다던 우리 반쪽, 드디어 회사를 하나 차렸네요.^^덕분에 저도 다시 일을 시작했구요. 여행에서 돌아온지 벌써 4년 2개월.그때 쌓은 마일리지로 올봄엔 베트남을 다녀올까 한답니다.... - 이쁜 아메바 mingkii
이름
이메일
홈페이지
제목
옵션
html reply_mail
내용
맑음 그리고 금요일 로마의 이틀째 날, 우리의 일정을 갑자기 바꿨다. 원래는 로마를 삼일간 돌아보고 마지막 날 바티칸에 가볼 예정이었는데, 오늘 바티칸으로 가기로 했다. 숙소의 한국인 여행객들로부터 바티칸에서 한국인 가이드 투어가 가능하고, 투어가 꽤나 재미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수,금에만 투어가 있기 때문에 오늘이 아니면 우리의 일정으로는 한국인 가이드 투어가 불가능하였다. 그 동안은 유명 관광지의 한국인 전문 가이드를 접할 기회도 없었고, 지난번 파리에서 본 엄청난(?) 한국인 가이드에 질려 가이드 투어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한국인 여행객들의 평이 워낙 좋아 기꺼이 일정을 바꾸어가며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기로 했다. 투어를 진행하는 곳은 로마의 ‘자전거 나라’라는 가이드 업체로, 투어에 참가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만 했지만 그 사실을 어제 저녁에서야 알게 되어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일 집합 장소로 가서 떼(?)를 쓸 작정이었다. 안 된다고 하면 할 수 없이 돈 안내고 따라 다니는 수밖에……… 아침 일찍, 집합 장소에 가보니 투어 참가 인원 수가 30명이 훨씬 넘는다. 다행히 결원이 생겨 우리들도 팀에 합류하여 바티칸 박물관으로 출발했다. 출근 시간의 지하철을 타고 로마의 출근길 혼잡에 한몫 거들고 나서야 바티칸에 도착하였다. 도착해보니 이곳도 출근길 지하철 못 지 않다. 전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입구에서부터 줄이 한참이다.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뒤를 졸졸 따라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마치 착한 유치원 아이들처럼… 박물관의 정원에 이르자 가이드가 오늘의 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한 후, 그림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생 처음으로 박물관에 그림을 진지하게 보러 온 것이다. 게다가 다른 그림도 아닌 성화(성경이나 교회를 주제로 한 그림)를, 아마 한국의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알면 모두 걱정부터 할 것이다. 사람이 이상해졌다고…… 어찌 됐든 박물관 투어는 시작되고 말솜씨 좋은 가이드의 이야기에 어느덧 빠져 들어간다. 처음에는 가이드의 말솜씨에, 그리고 다음에는 가이드의 재미있는 그림 이야기에. 카톨릭의 번성으로 교회의 미술이 중요시 되던 중세, 화가 ‘브라만떼’와 그 뒤를 잇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그리고 ‘라파엘’까지, 화가들의 이야기와 그 시대의 이야기들은 당시에 그려진 그림들과 얽혀 아주 재미있게 다가왔다. 위대한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세상에 대한 고민보다는 자신의 천재성을 표출하는 것에 몰두했으며, 그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과학, 건축)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표출하며 살았던 천재였다. 그에 반해 미켈란젤로는 독실한 신자로 로마에 거주하며 현실의 고민을 표출하였던 예술가였다. 특히, 인간의 신체에 관심 많았던 그는 유명한 ‘피에타’ (비탄 :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조각상 혹, 그림)상과 예술의 도시, 피렌체의 수호상 ‘다비드 상’을 창조해내었다. 단지 위대한 예술가, 그리고 나와는 상관없는 유명한 그림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알고, 예술가들의 삶에 관해 좀 더 알게 되자 덤덤하기만 하던 예술 작품들은 재미있고 감동스러운 대상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왔다. 10시경 시작한 박물관 투어는 정오를 넘겨 식사를 마치고 오후가 되도록 계속 이어졌지만 지루한 줄 모른다. 신기한 일이다. 그 동안 지루하기만 하던 그림 이야기들이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처럼 들리다니…… 가이드는 그림을 재미있게 보기 위한 방법으로 성화 속 인물들을 구별하는 몇 가지 간단한 공식(?)을 알려준다. 우선 성인의 머리 뒤에는 일반인과의 구분을 위해 성인임을 나타내는 하얀 원형 테두리가 보이고 각각 구체적 특징도 가지고 있는데, 성인의 손에 들고 있는 것이 1. ‘열쇠’와 ‘성경’이면; 베드로 성인.- 예수께서 천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약속하심 2. ‘펜’과 ‘성경’이면; 사도 요한.- 신약 성경 중 여러 권의 복음서를 썼음. 3. ‘라틴 십자가’면; 세례 요한 - ?? 4. ‘칼’과 ‘성경’이면; 사도 바울 - ?? (약간 대머리임.) 5. 주변에 ‘사자’나 ‘해골’이 보이면; 성 제로니모 –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 사자로 상징되는 광야에서 말년을 지냄.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특징으로 성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구별해 주었다. 박물관에 그려진 수많은 성화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를 내 스스로 알아내는 것도 제법 재미가 있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겨우 박물관의 관람이 끝나고 마지막에 있는 시스티나 예배당에 다다랐다. 교황 선출 선거가 열리는 곳이며, 미켈란젤로의 걸작인 ‘천지 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그려져 있는 곳이다. 이제 이곳에 그려진 벽화를 보는 것이 재미있다. 천장을 따라 그려진 ‘천지 창조’에는 창세기의 내용이, 아담과 이브가 그리고 노아의 방주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예배당의 한쪽 제단 벽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말년의 작품인 ‘최후의 심판’, 수많은 그림들은 천재 예술가의 재능을 잘 나타내고 있었지만 그보다 재미있는 것은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이었다. 그림에 나타난 천상과 지옥 그리고 하늘로 들려 올라가는 많은 선한 사람들과 지옥으로 떨어지는 죄인들, 그 중간에는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 중에 악한 사람을 골라내어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온다. 중세 성화에서 배는 교회를 상징하였다고 하는데, 그 그림은 타락한 중세의 교회 안에서도 지옥에 갈 사람들이 많았음을 암시했다고 한다. 지옥에서 죄인들을 심판하는 악마의 얼굴은 자신을 자주 괴롭히던 카톨릭의 주교의 얼굴로 묘사했고, 독실한 신자였던 자신은 그림의 오른쪽에 거의 사람의 가죽만 남은 흉측한 몰골로 하늘로 끄집어져 올라가는 모습으로 묘사하였다고 한다. 중세의 타락한 교회에 대한 자신의 괴로운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 하는데, 괴로웠던 미켈란젤로의 심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벽화 속에 그려진 모든 인물들은 미켈란젤로가 처음 그렸을 당시에는 모두 나체였다고 한다. 그래서 벽화가 완성된 뒤, 처음 공개되었을 때, 모든 사람들이 생식기까지 적나라하게 그려진 그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나중에 카톨릭 교회의 칙령에 의해 그림의 성스럽지 못한(?) 부분은 모두 덧그림이 그려져, 지금의 벽화에는 생식기 부분이 모두 가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덧 투어가 끝날 시간이 다되어 가고, 마지막으로 유럽의 3대 성당 중 하나이며, 카톨릭의 총본산인 바티칸의 중심 베드로 성당으로 발길을 돌린다. 엄청난 규모의 성당, 화려하고 수많은 조각과 그림으로 치장된 성당의 모습은 보기에 좋기는 하였지만 중세의 번성했던 카톨릭의 힘과 그와 비례해 타락했던 교회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듯하였다. 성당의 제단에서 조금 나오자 한쪽 기둥에 베드로 성인이 여지없이 손에 열쇠를 쥐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 끝에는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의 진품이 자리하고 있었다. 성당을 돌아 나와 베드로 광장으로 나왔다. 즐거웠던 하루짜리 투어는 어느덧 끝이 나버렸다. 하루 종일 그림 이야기를 해준 ‘자전거 나라’의 가이드, 자신의 입으로 비전문가라고 하지만 우리 같은 여행객에게 재미있는 그림이야기를 들려주기에는 아주 훌륭한 전문가처럼 보인다.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오히려 보기 좋았고…….. 바티칸에서의 하루, 전문가는 아니지만 성실하게 투어를 준비하고 열심히 그림이야기를 해준 훌륭한 한국인 가이드 덕분에 정말 즐거운 하루가 되었다. 지하철을 타기 전, 오늘 투어의 인원이 기준보다 워낙 많아 불편을 끼쳤다며 참가자 전원에게 맛있는 로마의 아이스크림을 제공하였다. 맛있는 로마의 아이스크림, 마음 씀씀이마저 훌륭한 한국인 가이드, 아주 흐믓한 마무리다. 한 마디 더: 로마의 아이스크림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처음 아이스크림을 맛본 것은 친절한 민박집 주인 아저씨가 저녁 무렵 투숙객들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사왔을 때이다. 민박집 앞에 약 120년 된 커다란 아이스크림 가게, 로마의 더운 날씨 탓인지 아이스크림 가게의 역사도 오래되고 그 맛 또한 역사에 걸맞게 훌륭했다. 중국 동포인 친절한 주인 아저씨는 저녁이면 어김없이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덕분에 맛있는 로마의 아이스크림을 날마다 맛 볼 수 있었다. 역시, 중국 동포이신 주방 아주머니의 음식 맛이 별로라며 투덜대던 아메바도 연일 공급 되는 아이스크림 탓에 불만이 쏙 들어가 버렸다. 친절한 가이드가 아이스크림을 사준 곳도 역사가 꽤 되는 곳이라고 하였고 아이스크림 맛도 훌륭하였다. 이후, 여러 차례 아이스크림을 맛보았지만, 로마의 대부분의 아이스크림은 맛이 아주 훌륭하였다. 아메바가 좋아하는 고대 로마 이외에도 로마에서의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났다. - 한가지 아쉬운 점은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로마에 국한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후, 이탈리아 다른 도시의 아이스크림도 맛보았지만 로마의 그것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였다.
업로드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패스워드
글쓰기
Copyright ⓒ 2001-2002 Built on FINESUGA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