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 2003년 4월24일 도착 : 2003년 11월 27일 (총 218일)
::: Where are we? ::: 아시아 대한민국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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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8일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사장을 하고 싶다던 우리 반쪽, 드디어 회사를 하나 차렸네요.^^덕분에 저도 다시 일을 시작했구요. 여행에서 돌아온지 벌써 4년 2개월.그때 쌓은 마일리지로 올봄엔 베트남을 다녀올까 한답니다.... - 이쁜 아메바 ming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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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 스페인, 마드리드에 오면서 머리 속에 떠 올렸던 것은 세가지, 투우(Toros), 플라멩코 (Flamenco), 그리고 프리메라 리가(Primera Liga). 스페인에 머물면서 꼭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어제는 일정을 접고 숙소에서 쉬기로 했었지만 그 와중에도 이 세가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관광 안내소를 찾았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아주 맥 빠지는 것이었다. 우선, 투우는 5월 중순부터 6월초에 걸쳐 벌어지는 투우제(이 시기에는 투우가 매일 열린다.)가 몇 주전 끝나 버렸다. 따라서 이제는 일요일에만 투우가 열리고, 경기를 보려면 일요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할 수 없이 투우는 다른 도시에서 보기로 하였다. 그 다음은 스페인 축구.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 3대 프로리그 중 하나인 프리메라 리가의 전반부가 5월말에 끝났고 9월 중순이 되어야 다시 시작 된다고 한다. 우리가 유럽을 떠난 뒤에나 시작되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것은 플라멩코, 스페인에서 플라멩코를 보려면 안달루시아 지방이나 마드리드가 좋다고 한다. 안달루시아 지방은 과거에 집시들이 정착했던 곳으로 집시의 거주지인 동굴에서 직접 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안달루시아 지방에는 플라멩코를 가르치는 학교가 많이 있어, 그 지방에서 춤을 배우고 실력을 인정 받으면 수도인 마드리드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마드리드에서도 수준 높은 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어제 저녁, 플라멩코를 보기 위해 간 곳은 시내의 마요르(Mayor)광장 근처의 식당 ‘라 카르보네라스’(La Carboneras), 작은 식당이지만 플라멩코로 주변에서는 잘 알려진 곳이라 한다. 스스로 찾아 나서는 것이 귀찮아 민박집 주인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간 것인데, 가격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편안히 안내를 받을 수 있으니 그리 불만은 없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벌써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 자리는 무대의 정면에서 약간 왼쪽, 공연을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보아야 하니 좋은 자리는 아니다. 그래도 자리의 좋고 나쁨은 우리가 지불한 가격에 비례할테니 할 수 없다. 무대 바로 앞의 좋은 자리는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이들의 차지이고, 우리처럼 음료만 마시는 관람객들의 자리는 대부분 좋지 않다. 플라멩코는 집시들의 춤, 대륙을 떠돌던 집시들의 한과 슬픔이 서린 춤이다. 구속을 싫어하고 자유로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집시들은 어디를 가나 현지인들의 박해를 받으며 살아야 했다. 그런 집시들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정착을 하게 된 것은 1492년 이사벨 여왕이 스페인의 통일을 완성한 이후였다. 800여년간이나 스페인을 지배했던 이슬람세력을 그라나다(Granada)에서 몰아낼 당시, 성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들던 집시들은 성안의 동정을 이사벨 여왕에게 알리고 스페인에 유리한 유언비어를 성 내에 유포하는 등, 이사벨 여왕을 돕게 된다. 마침내 성은 함락되고 이슬람 세력은 스페인에서 완전히 쫓겨나고 그 보답으로 이사벨 여왕은 집시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정착한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집시들은 자신들의 한이 서린 춤, 플라멩코를 완성시키게 된다. 식당 한편에 마련된 나지막한 무대위로 무희들이 나타났다. 3명의 무희들이 무대에 놓여진 의자에 관객들을 향해 앉고, 그 뒤로 기타를 연주하는 이와 노래를 하는 집시가 자리를 하고 있다. 우리의 느낌이지만 무희와 가수들은 생김새에서부터 집시처럼 보였다. 사실, 스페인 사람들은 생김새에서 다른 유럽의 백인들과 확연히 구별되는데, 집시들은 그런 스페인 사람들과도 구별이 되는 것 같았다. 선입견 때문인지 그들의 모습이 왠지 슬퍼보였다. 잠시 후, 식당에 불이 꺼지고 무대위로 조명이 비춰진다. 그리고 ‘칸테’(Cante)라 불리는 집시의 노래가 기타소리에 맞추어 구성지게 흘러나온다. 무희 중 하나가 무대 가운데로 나서 춤을 추기 시작하고 나머지 무희들은 손뼉을 쳐 박자를 맞추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박자는 점점 빨라지고 그에 맞추어 노래 소리는 점점 구슬퍼지며 무희의 춤도 갈수록 빨라진다. 플라멩코의 핵심이라 하는 집시의 노래 ‘칸테’, 구슬프게 울려 퍼지는 노래는 그저 아름답게만 들리는 평범한 것이 아니다. 노래를 하는 이는 남자였는데, 노래를 목으로만 부르는 것이 아니고 머리의 울림을 통해 구슬프고 한 서린 노래를 불렀다. 칸테와 함께 플라멩코를 이루고 있는 것은 자파테타 (Zapateta), 무희들이 무대의 바닥을 발로 굴러 내는 소리다. 정열적인 무희들은 얌전히 박자를 맞추어 가며 발을 구르지 않는다. 한 박자를 아주 짧게 끊어 서,너 번씩 발을 구르며 춤을 춘다. 그 다음은 팔마스 (Palmas)라 불리는 손뼉치기, 춤을 추는 무희와 주변 사람들이 박자에 맞추어 손뼉을 치며 흥을 돋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이어진 플라멩코, 3명의 여자 무희들의 춤이 끝나고 마지막 순서로 남자 무희의 춤이 이어졌다. 익숙치 않은 우리들은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는 것조차 할 수 없었지만 노래와 춤에 담긴 집시들의 한과 슬픔만은 느낄 수가 있었다. 절규하듯 부르는 칸테, 한 박자를 여럿으로 쪼개가며 한풀이 하듯 발을 구르는 무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찡해져 온다. 플라멩코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일상의 춤이 아니었다. 수백년동안 박해받으며 살아온 집시들의 한을 푸는, 한풀이 춤이었다. 그렇게 어젯밤엔 플라멩코를 보았고 오늘은 마드리드 시내를 돌아 보았다. 모처럼 마음먹고 찾은 왕궁은 왕실 행사 탓에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약이 오르긴 하지만 어쩌랴, 왕족들이 왕궁을 사용하겠다는데…… 중심의 솔 광장 (Puerta del sol), 스페인 광장, 프라도 미술관. 숙제 하듯 시내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이 살짝 지겹다. 그 보다는 상점에 진열된 스페인 가죽 제품을 구경하는 것이 즐거웠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저렴한 물가 탓인지 가격이 싸면서도 멋진 가죽 제품들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 점포 안의 시원한 에어컨도 더위에 지친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고통스러운 한낮의 더위, 이태리에서 질리고, 프랑스에서는 그런대로 견딜 만했었는데 스페인으로 넘어오자 다시 힘들게 느껴진다. 하루 종일 뜨거운 햇빛 아래를 돌아 다닌 아메바는 아무래도 더위를 먹은 것 같다. 몸이 으실으실하고 춥단다. 걱정이다. 오늘은 마드리드를 떠나 톨레도로 가야 하는데, 그리고 그곳에서는 캠핑장에서 자야 하는데…… 몇 마디 더: 1) 우리가 묶었던 한인 민박집은 꽤나 유서 깊은 곳, 돈키호테의 저자인 ‘세르반테스’가 살던 곳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유서가 깊은 만큼 건물의 상태는 험했다. 워낙 험해 건물을 리모델링 하는 중이어서 환경이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숙박비는 물가 비싼 파리와 똑같았다. 한국인 배낭객들만을 상대로 한 민박집, 비싼 숙박비와 가격과는 상관없는 열악한 시설이 우리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말도 안되는 시설을 가지고 한국인 여행객들 덕에 비교적 쉽게 돈을 벌면서도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듯한 마드리드 민박집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지내면서 즐거웠던 파리의 민박집, 정반대의 마드리드 민박집, 항상 좋은 곳이 있으면 나쁜 곳도 있기 마련인 모양이다. 2) 파엘라(Paella)와 하몽(Hamon) 어제 저녁에 먹어본 스페인 요리 파엘라(Paella), 한 마디로 표현하면 스페인식 해물 철판 볶음밥이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오징어와 새우등 해물이 들어간 철판 볶음 요리이다. 파엘라는 원래 뚜껑 없는, 넓고 얕은 팬을 지칭하는 말이다. 저렴한 가격의 서민 요리 파엘라,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해 우리를 흐믓하게 해주었다. 물론, 무엇이든 잘 먹는 우리 기준이므로 맛에 대해서는 보장을 못하지만… 다음은 하몽(Hamon), 돼지를 잡아 피를 뺀 다음 곰팡이가 피도록 그늘에 말린 고기이다. 마드리드 시내를 다니다 보면 정육점처럼 돼지의 다리를 잔뜩 걸어놓은 상점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모두 하몽을 파는 곳이다. 날씨 더운 스페인에서 육류를 오래 보관하기위해 나온 방법인 듯하다. 장기 저장을 위해 곰팡이가 피도록 말려서인지 냄새가 그리 편치 않다. 그런 하몽을 얇게 썰어 샌드위치 사이에 넣어 먹기도 하고 그냥 햄처럼 먹기도 하므로 스페인들의 식탁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곰팡이 탓에 냄새도 좋지않고, 질겨서 먹기가 힘들긴 하다. 그래도 뒷맛이 제법 묘한 것이, 아마도 익숙해지면 그 감칠맛에 완전히 빠져 버릴 것 같다. 시내 상점에서 커다란 돼지 다리가 천장을 따라 잔뜩 달려있는 것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고 현대화된 할인점 한쪽을 수많은 하몽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황당해지기까지 한다. 돼지 다리를 하나 사다 걸어놓고 시시때때로 고기 몇점을 떼어내어 먹을 스페인 사람들을 상상하면 더 즐거워진다. 3) 왕궁 옆에 자리하고 있던 마드리드의 대성당 (Cathedral de Nuestra Senora de la Almudena), 이슬람 사원이었던 것을 이슬람을 몰아낸 후 성당으로 개조하여 사용한 것이다.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독특한 성당의 외관, 무데하르 양식 (스페인에서 발달한 이슬람풍 카톨릭 건축양식)의 성당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유럽의 카톨릭 성당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에게 돔의 형상을 한 성당 지붕의 모습은 신선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이슬람과 카톨릭 문화가 서로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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