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 2003년 4월24일 도착 : 2003년 11월 27일 (총 218일)
::: Where are we? ::: 아시아 대한민국 부산
::: Now :::
- 1월 18일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사장을 하고 싶다던 우리 반쪽, 드디어 회사를 하나 차렸네요.^^덕분에 저도 다시 일을 시작했구요. 여행에서 돌아온지 벌써 4년 2개월.그때 쌓은 마일리지로 올봄엔 베트남을 다녀올까 한답니다.... - 이쁜 아메바 ming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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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 시간은 낮12시, 마드리드에 거의 다 와간다. 어제 오후 프랑스 서부해안의 아카손(Arcachon)을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고, 국경 근처의 빰쁠로냐(Pamplona)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다시 마드리드까지 쉬지 않고 차를 달렸다. 아카손에서 마드리드까지, 지도상의 거리는 700km를 조금 넘을 뿐이다. 하지만 프랑스와 스페인을 가르는 피레네 산맥을 넘느라 예상보다도 시간이 훨씬 더 길어졌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가는 것이 영 더디어 거의 마드리드까지 꼬박 하루가 걸린 셈이다. 마드리드에 도착하면 오후가 될 테니 오늘은 그냥 쉬어야 할 것 같다. 일정 없이 그저 쉰다고 하니 아메바의 얼굴도 환해진다. 사실, 나도 쉬는 것이 아주 반갑다. 전체 여행 일정이 빡빡해 열심히 일정을 맞추어 가고 있긴 하지만 때론 일정을 잊고 푹 쉬고 싶은 충동이 생기곤 한다. 물론, 내키는 대로 쉬지는 못한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별다른 일정 없이 쉬는 것이 즐겁다. 고속도로는 이제 거의 끝이 나고 잠시 뒤면 마드리드로 진입한다. 내가 운전을 하고, 아메바는 열심히 지도를 보고있다. 시내로 들어가면 미리 전화해둔 한인 민박집으로 가야 하는데 초행길이라 지도를 보고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지도 보기가 서툰 아메바가 영 길을 모르겠다고 한다. 천천히 다시 보라고 해도 여전히 모르겠다고 한다. 이윽고, 성질 급한 내가 투덜거리며 차를 고속도로 갓길에 세웠다. 그리고는 아메바를 구박(?)하며 지도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는 길을 스스로 찾아 보았다. 그렇게 차를 세우고 있던 시간은 채 30여 초도 안된 것 같았다. 누군가 창문을 두드린다. 소리에 얼굴을 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타난 사람들은 그 지역의 고속도로 경찰들이었다. 갑자기 어리둥절해졌다. 언제 나타난 거지? 영문을 모르는 우리는 길을 몰라 헤매던 차에 잘 됐다 싶어 얼른 지도를 경찰에게 내밀었다. 길 좀 가르쳐 달라고……그런데 경찰은 굳은 얼굴을 하고 면허증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차를 세운 곳에서는 차가 잠시라도 정차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교통법규 위반했다고 한다. 그제서야 우리가 처한 상황을 깨달았다.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사정을 잘 이야기하면 용서 해 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에서 바로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초행길이라 모르고 그랬다.’ ‘마드리드 시내로 들어가야 하는데 어느 도로를 이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르고 그랬으니 선처를 바란다.’ 잘 안 쓰던 말들을 영어로 하려하니 자꾸 말이 꼬인다. 한참을 사정하는 우리의 요점은, ‘제발 스티커만은 끊지 마세요.’ 였다. 우리의 애절한 사정에 경찰들은 상황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봐 줄 수는 없다고 한다. 그들이 보기에 프랑스 번호판을 단 새차를 운전하는 동양인들이 전혀 불쌍하게 보이질 않는 모양이었다. 딱딱한 스페인 경찰의 단호함에 어쩔 수없이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리고 벌금의 액수를 물었다. 우리가 위반한 교통법규의 범칙금은 105 Euro, 액수를 듣는 순간, 다시 한번 정신이 번쩍 든다. 물가 비싼 유럽에서 살아 남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애를 썼던가. 차 안에서 뜯어먹은 수많은 바께트와 저녁마다 알뜰하게 밥을 해먹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그 동안 비싸서 먹지않고 구경만 했던, 100 Euro로 먹을 수 있었던 음식들이 떠 오른다. 마음을 바꿨다. 다시 매달리기로… 이번에 용서가 아닌 감액을 사정했다. 둘의 애절한(?) 통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경찰의 단호한 태도엔 변화가 없다. 할 수 없이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다. ‘배째라. 우린 지금 가진 돈이 없다. 돈이 다 떨어져 은행엘 가야 찾을 수 있다.’ 그리고는 100 Euro 짜리 큰 돈은 주머니 깊숙이 잘 넣어두고, 적은 액수의 지폐와 동전을 모아 40 유로 정도를 만들어 경찰에게 보여주며 다시 사정을 했다. ‘봐라 이게 우리가 가진 돈의 전부다. 그러니 감액을 해 주지 않으면 우린 벌금을 낼 수가 없다.’ 우리의 최후의 저항을 접한 스페인 경찰, 조용하게 대답하며 마지막 일격을 우리에게 가했다. ‘유감이다. 너희들이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면, 금융기간을 통하지 않고 즉시 납부를 하기 때문에 할인이 되어 85유로로 해결이 될 수 있는데… 혹시라도 돈을 찾기를 원한다면 현금 인출기 있는 곳까지 안내를 해줄 수도 있었는데, 안된 일이지만 할 수 없다. 범칙금 영수증을 줄 테니 직접 은행에 가서 105Euro를 납부하도록 해라.’ 그러면서 스티커를 내밀며 확인용 싸인을 요구한다. 머리가 띵하다. 잔 머리를 굴린 우리의 완벽한 패배다. 패배를 인정한 우리는 돈이 혹시 있을지 모른다며 다시 한번 차를 뒤져 기어이(?) 돈을 더 찾아 내었다. 그리고 말 잘 듣는 선량한 관광객의 모습을 하고 벌금을 기꺼이 납부하였다. 떠나가는 경찰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한국에서는 한번도 교통 위반 스티커(무인 카메라 제외 ^^;)를 받지 않았던 나는 머나먼 유럽에 와서 난생 처음으로 스티커를 발부 받았다. 아메바는 계속해서 투덜거린다. 가슴이 아프다. 특히나, 우리가 낸 벌금으로 무얼 먹을 수 있는지를 이것 저것 열거하는 아메바를 보고 있으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다시 차는 마드리드를 향해 출발하고, 아메바는 한번 더 좀 전의 경찰들에게 욕을 해댄다. ‘나쁜 놈들, 그리 사정을 해도 깎아 주지도 않고…… 그리고 벌금만 챙기고는 길도 안 가르쳐주고 가버리네.’ 그러고 보니 마드리드 시내의 길 묻는 것을 잊고 있었다. 무심한 스페인 경찰 같으니…… 한마디 더 : 어제 하룻밤을 보냈던 빰쁠로냐(Pamplona), 그곳에서 우리가 한일이라곤 계란 후라이를 곁들인 스페인식 스테이크로 저녁 식사를 한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아침 일찍 마드리드로 출발했다. 도시를 돌아볼 시간도 없었고, 그리 특색이 있는 도시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도시의 이름이 귀에 익숙한 것이 뭔가 잘 알려진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았다. 빰쁠로냐를 떠나 마드리드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곳이 어떤 곳인지 생각났다. 빰쁠로냐는 7월이면 소 축제가 열리는 유명한 곳이었다. 언젠가 티브이에서 도시에 소들을 풀어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소들을 피해 골목길을 질주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었는데, 빰쁠로냐가 바로 그곳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축제를 즐기는 것이 참 신기해 보였었다. 일정을 확인해 보니 축제는 7월 6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지고 소를 풀어놓고 달리는 것은 축제가 끝나기 바로 전날에 벌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일정을 보니 축제를 보기위해 빰쁠로냐에 다시 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아쉽지만 빰쁠로냐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축제와 별로 인연이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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