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 2003년 4월24일 도착 : 2003년 11월 27일 (총 218일)
::: Where are we? ::: 아시아 대한민국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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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8일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사장을 하고 싶다던 우리 반쪽, 드디어 회사를 하나 차렸네요.^^덕분에 저도 다시 일을 시작했구요. 여행에서 돌아온지 벌써 4년 2개월.그때 쌓은 마일리지로 올봄엔 베트남을 다녀올까 한답니다.... - 이쁜 아메바 ming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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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프랑스 포도주로 유명한 보르도(Bordeaux), 와인에 대해서 문외한인 우리지만 이곳에서만큼은 프랑스 와인을 맛보아야 할 것 같다. 아메바는 포도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고 싶다고 한다. 넓은 포도밭과 정성스레 포도주를 만드는 모습, 살짝 기대가 된다. 먼저 관광 안내소에 들러 포도주 만드는 곳을 알아 보았다. 포도주로 유명한 보르도는 사방이 포도밭이고 도처에 ‘샤또’(Chateaux - 프랑스어로 ‘성’, 혹은 와인을 만드는 ‘양조장’을 일컫는 말, 간혹 Domaine 이라 적힌 곳도 눈에 뜨이는데 같은 의미인 듯.)가 자리하고 있어 원하기만 하면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왕 둘러보는 것이니 제대로 된 샤또를 가보고 싶어 관광안내소를 이용하기로 했다. 친절한 안내소 직원은 보르도의 포도주 생산 지역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며 여러 곳 중, 한 마을을 선뜻 추천해준다. 보르도에서 동쪽으로 약 40 km 정도 떨어진 셍떼밀리옹 (Saint Emillion)이라는 지역, 생산되는 포도주의 질이 뛰어난 것은 물론 포도밭의 경치도 좋고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 모습도 보기 좋다고 하였다. 포도주의 생산지로 유명한 보르도 지역, 이곳엔 유명한 포도 산지가 많다. 그 중 유명한 곳이 메독 (Medoc), 셍떼밀리옹 (Saint Emillion), 포므롤 (Pomerol) 등의 지역인데 지역별로 포도의 품종도 약간씩 차이가 나고 포도주의 맛도 틀리다. 특히, 셍떼밀리옹은 적포도주의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관광 안내소에서 가르쳐 준대로 차를 타고 10여분을 달리자 차는 완전히 도시를 빠져 나와 한적한 교외로 접어든다. 그리고 다시 20여분을 더 달리자 셍떼밀리옹의 표지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드디어 셍떼밀리옹, 마을 어귀에서부터 넓은 포도원들이 눈에 들어오고 중간 중간에는 저마다의 이름을 적어 놓은 샤또 간판들이 눈에 띤다. 넓게 펼쳐진 포도밭, 그리고 그 중앙에는 작은 시골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마을 어귀의 적당한(?) 곳을 찾아 불법 주차를 하고 마을로 들어섰다. 내키진 않지만 주차요금이 비싸 경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 가능한 곳에서는 불법 주차를 하는 것이다. 이 지역의 대부분은 포도밭으로 이루어지고 마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그리 크지 않다. 그래도 중세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오래된 성과 교회, 그리고 일부만 남아있는 성벽 등의 모습이 다정스럽게 느껴진다. 작은 마을인데도 예쁘게 장식된 식당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포도주를 맛보기 위해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인지 지금은 비수기인데도 식당에 손님이 많이 보인다. 우리도 이곳 포도주를 맛보기 위해 길가의 작고 아담한 식당으로 들어섰다. 친절한 식당 주인의 추천으로 그 집의 싸고 맛있는 연어 요리와 닭 요리를 하나씩 시키고 와인도 한잔씩, 이곳은 적포도주가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자기네의 하우스 와인이 좋다며 화이트 와인을 준다. 화창한 토요일, 작고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 식사가 제법 즐겁다. 와인 맛은 잘 모르니 판단이 안되고, 그저 유명한 와인 산지에서 와인을 맛본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있다. 간만에 누려보는 호사에 아메바는 아주 신이 났는지 제법 용감하게 와인을 마신다. 하지만 한잔의 와인에도 아메바의 얼굴은 금새 붉게 달아올라 버린다. 식사를 마치고 마을을 천천히 둘러 보았다. 포도주를 파는 상점과 식당이 대부분인 이곳은 워낙 작은 마을이라 천천히 돌아보아도 금새 끝이나 버린다. 안내소 바로 앞, 교회에서 내려다 보자 마을 주변을 둘러싼 포도밭이 저 멀리까지 이어져 들판 전체가 푸른색으로 덮여있다. 갑자기 몇 해전 가 보았던 우리나라의 보성 녹차 밭이 떠 오른다. 지금은 녹차가 아닌 포도나무지만…… 마을엔 거의 100여 개에 달하는 샤또가 있다. 대부분 수대에 걸쳐 가업으로 이어지는 양조장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명성과 전통을 유지하고있는 샤또들이다.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가면 포도주의 제조 과정을 볼 수 있고 간단히 시음을 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구매를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물론, 무료는 아니다. 입장료대신 약간의 시음비용을 지불하거나 와인을 구입해야 한다. 안내 책자에는 대부분의 샤또가 개별적인 방문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비수기인 지금은 날마다 한군데의 샤또만을 지정해 그곳에서만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2시, 지정된 샤또에 도착한 우리는 한 무리의 다른 나라 관광객들과 합류하였다. 동양인은 우리 단 둘, 나머지는 대부분 미국과 유럽의 관광객들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샤또 라로제’ (Chateaux Laroze), 최상급은 아니지만 제법 고급에 속하는 ‘Grand Cru Class’ 등급의 와인을 제조하는 곳이었다. 셍떼밀리옹의 포도주는 고급 와인에 속하는 A.O.C.급 (원산지 표기 통제) 와인이 대부분인데 크게 두 가지 등급으로 분류된다. ‘General Class’ 와 ‘Grand Cru Class’, 후자가 더 고급 와인이며 약 20여개 정도의 쌰또에서 생산되는 포도주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Grand Cru Class’중에서 다시 소수의 포도주만이 ‘Primier Grand Cru Class’ 등급으로 분류되어 최상품으로 대접 받는다. 잠시, 기다리자 샤또의 주인이 모습을 나타냈다. 가업을 이어가며 샤또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잘생긴 프랑스인, 포도 농사를 짓는 농부치고는 아주 세련되어 보였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유머도 넘치는 멋진 사람이었다. 먼저 샤또 안으로 들어가 슬라이드를 통해 포도농사를 짓는 과정과 포도주 생산 과정을 자세히 보여 주었다. 모두가 자신의 가족들인 일꾼들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도 함께 곁들여졌다. 설명이 끝나고 다음은 샤또의 내부 견학, 포도를 세척하고 즙을 내는 기계, 포도주를 발효 시키는 장비, 와인을 숙성 시키는 나무통 그리고 잔뜩 싸인 와인 병과 코르크들….. 실제로 본 쌰또의 모습이 이전에 TV에서 보던 것에 비해 규모도 작고 단순해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창고 가득 쌓인 나무통들 사이에서 잘 숙성된 적포도주를 맛보는 것은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식당에서 와인 한잔, 그리고 다시 샤또에서 한잔 더, 그리고 다시 아메바의 와인까지 빼앗아 먹으니 살짝 얼큰해진다. 내친김에 한잔 더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상대가 없다. 우리의 아메바는 체질적으로 술이 약해 나를 상대하기엔 무리, 아쉬움을 달래며 마을을 빠져 나온다. 난생 처음 프랑스의 샤또도 가보고, 그곳에서 생산된 포도주도 마셔보았다. 하지만 포도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와인에 대해서는 평할 수가 없다. 그 보다는 가업을 이어가며 포도주를 만드는 프랑스 사람의 정성과 오랜 역사를 간직한 셍떼밀리옹의 고즈넉한 모습이 더욱 반갑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한마디 더: 셍떼밀리옹의 포도 재배와 포도주 생산의 역사는 초기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 오랜 전통을 가진 프랑스 와인, 그리고 아직도 전통적인 제조법을 고수하며 정성스럽게 와인을 만드는 샤또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최상급의 와인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명성 뒤에는 그들의 노력과 정성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넓은 포도밭에 흩어져 있던 수십 여 개의 샤또들, 포도원의 규모와는 상관 없이 그들은 저마다의 샤또를 가지고 개별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포도 재배와 와인의 제조 과정 중, 상당 부분이 아직도 수작업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와인을 병에 담은 뒤에 자신의 샤또 이름이 새겨진 포도주 라벨을 손수 붙이는 모습을 볼 때는 저렇게 해서 다른 나라의 와인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비싼 프랑스의 인건비로 수많은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와인이 과연 가격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수많은 샤또들이, 비싼 인건비를 감수하고 오로지 품질만으로 승부해서 모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지만, 지나 온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값싸고 질 좋은 와인을 보았던 터라 프랑스 와인이 품질에 비해 가격이 더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질 좋은 포도를 가지고 포도주를 싸게 대량 생산해내는 다른 포도주 생산국들과의 경쟁에서 프랑스가 살아 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호주의 와인 생산 업체가 프랑스에도 상륙을 하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미 중저가 와인 시장에서는 호주의 와인이 시장 점유율을 상당히 높이고 있다는 기사도 보았다. 오랜 전통을 가진 프랑스의 와인, 전통을 지키며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급격하게 변해가는 시장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에 따라 적응해 가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 생각 된다. 앞으로 프랑스의 샤또들이 어떻게 변해 갈지 그 모습이 사뭇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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